개념을 상실한 학부모
학생도 자신의 본분을 다할 때 존중받을 수 있다
요 며칠 동안 '담배피는 학생에게 뺨 때린 선생님' 이야기와 '무관심한 방임보다 차라리 학생의 뺨이라도 때리는 교사가 백번 낫다'는 내용의 글이 블로거 뉴스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교사가 도구를 쓰지 않고 신체의 일부분을 이용하여 체벌을 한 것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다보면 그 자리에서 따귀라도 몇 대 갈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아이들도 분명 있다. 물론 좀 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줄 수 있는 인간적인 훈육방법과 처벌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고 당연하겠지만 학생이 교사의 훈계를 듣는 태도가 불손하고 반성의 여지없이 방자하게 굴 때는 교사도 성인군자가 아닌 보통인간이기에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가정에서 자녀가 잘못을 훈계하는 부모에게 건방지게 굴거나 대들 경우에 부모가 그 자녀에게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를 생각한다면 교사의 처신도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담배피는 학생에게 뺨을 때린 그 선생님도 학생이 자신의 훈계를 듣지 않고 달아나는 태도에 순간적으로 화가 솟구쳤겠지만, 만약 그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교사에게 공손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면 쫓아가서 뺨을 때린 그런 상황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예의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학생이었다면 화장실에 숨어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일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의 지나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묻기 전에 주위의 어른들은 먼저 학생의 비행에 대해 반성을 촉구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교사의 체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교사로서도 대대적으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학생들의 비뚤어진 행동에 대해 규제를 할 수 있는 그에 따른 확실한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고 하겠다. 어리다고 해서 학교나 사회의 규칙과 질서를 위반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도 된다는 특권이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며, 미성년자에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은 그 부모에게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과서 머리에 이고 서서 신체균형잡기
대부분 아이들이 운동부족으로 자세가 바르지 못하고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것이 걱정이 되어서 요즈음 틈나는 대로 체육관에서 '신체균형잡기' 수업을 하는데 질서를 지키지 않고 장난이 심하여 수업분위기를 흐려놓는 몇 녀석들이 있다. 그럴 때면 계속 떠들고 돌아다니는 녀석들을 대열에서 따로 떼어 앉혀 놓지만 그런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녀석들이 아니고 앉은 채로 기어다니며 장난을 친다. 지난 목요일 수업에서도 그 훼방꾼들로 인하여 수업진행에 방해를 받다보니 계획했던 몇 가지 활동들을 시간 내에 다하지 못하고 그대로 교실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들뜬 마음도 진정시킬 겸 해서 다음 수업이 시작되기 전 5분 동안 교과서를 머리에 얹고 바른 자세로 서 있도록 하였다. 책이나 콩주머니, 세숫대야 등을 머리에 얹고 서 있는 정지동작과 그것들을 머리에 얹은 채로 이동하는 동작들 모두가 교과과정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교과서를 머리에 올려놓기도 무섭게 일부러 떨어뜨리며 킥킥거리고 장난을 치는 녀석들이 또 당연히 있게 마련이었다. 몇 번 주의를 주어도 들은 척도 않으며 장난을 그치지 않으니 몇몇 녀석들이 가세를 하며 재미삼아 여기저기서 똑같은 행동을 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흐려놓게 되었다. 별 수 없이 회초리를 들었다. 그래도 킥킥거리던 몇 녀석을 불러내어 손바닥을 한 대씩 때려주고 나니 분위기 전환은 되었지만 그 사이에 약속했던 5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주의가 산만하며 쉬지않고 잡담을 하는 아이
반에 유별나게 잡담이 심한 남자 아이 두 명이 있다. 수업시간에는 바른 자세로 앉아서 수업을 하기 보다는 항상 옆이나 뒤로 돌아 앉아서 주위의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며 잡담을 즐기는 두 명의 수다쟁이 때문에 늘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따로 나가서 서 있게 하거나 격리를 하는 것은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그때마다 주의를 주고 그치는데, 그리하다보면 반 전체의 학습분위기를 흐트려놓기 일쑤이므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의 교수권이나 수업을 받아야 하는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을 상당히 침해하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그래서 그 날도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아이들을 하교 시킬 준비를 하면서 체육관에서의 무질서한 행동과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잡담을 즐기는 일에 대하여 일장 훈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조용히 듣고 있는 다른 아이들과는 대조적으로 그 두 녀석은 여전히 내 말을 귓전으로 흘려보내고 더욱 더 큰 소리로 낄낄거리며 마음놓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지 않는다면 아마도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이리 나와!" 소리를 빽 질렀다. "너희들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야단을 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수다를 떨어야 되겠니?" 손바닥을 한 대씩 때려주고 기분이 왕창 상한 상태로 아이들을 모두 하교시켰다. "선생님, 제가 교실청소 좀 도와드리고 갈게요." 늘 남아서 교실 뒷정리를 도와주는 한 아이가 있다. "오늘은 선생님이 혼자 할테니까 그만 집에 갈래?"
아이를 울렸다고 반말짓거리를 하며 덤벼드는 학부모
아이를 돌려보내고 혼자 교실청소를 하는 동안 마음이 좀 가라앉았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전화가 왔다. "오늘 아이들에게 책을 머리에 이고 서 있게 했다면서요?" "교과과정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공이나 콩주머니를 가지고 신체균형잡기는 체육관에서 할 수 있지만 교과서를 모두 들고 체육관에 가는 것은 불편하기 때문에 교실에서 한 것입니다. 집단체벌로 오해를 하시나보군요." "우리 아이가 손바닥을 한 대 맞았다면서 집에 와서 울고 있습니다." "행동을 바르게 하는데 손바닥을 얻어맞을 일은 없겠지요?" "그래도 손바닥을 때리면 안되지요." "댁의 아이만 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수십명의 아이들도 다 귀한 아이들입니다. 댁의 아이 때문에 다른 수십명의 아이들이 수업을 방해받고 교사는 교수권을 침해받는데도 마냥 묵인을 해야겠습니까? 손바닥 한 대 맞은 일을 따지기 전에 가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말아라' 라든지 '어른들의 말은 귀담아서 듣고 예의바르게 행동해라'고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요? 학교교육보다는 가정교육이 더 중요하지요."
그러자 대뜸 "야~~~니가 뭐가..어쩌고 저쩌고....." 하는 반말짓거리가 쏟아져나왔다. 참으로 황당하고 기가막힌 일이었다. "지금 누구에게 어떤 말투로 하시는 말씀인가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아이도 옆에서 듣고 있겠군요. 가정교육은 안 봐도 알겠습니다."
한참동안 대놓고 성질을 버럭버럭 부리며 반말짓거리를 계속하더니 어느새 말투를 바꾸어서는.. "강력하게 항의하겠습니다." "항의하세요. 법에 저촉되는 일은 한 적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하십시오. 회초리는 지름 1센티미터 이내, 길이 30센티미터의 것으로 손바닥 따악 한 대 밖에 안 때렸으니 체벌규정을 위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내일 반 아이들에게 댁의 아이가 평소에 어떻게 행동을 해왔는지 설문조사를 하겠습니다." '딸까닥~' 전화가 끊겼다.
손바닥 한 대 맞았다고 아이 전학시키는 학부모
그 아이에 대한 교육은 이미 물건너갔다는 생각에 선생님들과 의논을 해서 아이를 다른 반으로 이적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출근을 하는데 교문까지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몇몇 녀석들.. "선생님, 뭐시기가 전학간대요." "그래?" "부모님이 오셔서 소지품 다 챙겼어요." 얼굴뵈지 않는다고 막무가내로 굴던 그 고약한 아버지의 면상을 볼 수 있겠다싶어 종종걸음으로 교실로 올라왔는데, 어른들의 모습은 뵈지 않고 아이만 모자를 쓴 채 의기양양하게 제 자리에 앉아 있다.
"부모님은 어디 가셨니?" "행정실에 가셨어요." "전학간다는 게 사실이니?" "네, 전학가기로 했어요." "어느 학교로 가는데?" "집부터 먼저 정해지면 학교를 옮긴다고 했어요." "그런데 너는 왜 부모님을 안 따라가고 남았니?"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오라고 했어요." 담임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오라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오라는 것이다..ㅎㅎㅎ
"그래? 그럼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가면 되겠네. 나와서 인사할래?" "얘들아, 안녕~~" "전학가는 친구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의 박수 좀 쳐줄래?" "잘 가~" 아이들이 잘 가라며 손뼉을 쳐주는데 한 녀석이 앞에서.. "베리 굿~~짜자작~" 하고 있다. 그동안 친구에게 칭찬이나 격려의 박수를 치면서 하던 구호를 큰 소리로 외쳐준다. 이게 '베리 굿~~~'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코메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옆반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 아까 이 반에 학부모 오셨던데요?" "어제 아이가 손바닥 한 대 맞고 집에 와서 운다고 '야~쟈~~~'하며 반말로 덤벼들더니, 오늘 아이를 전학시키려고 왔답니다. 그런데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야~쟈~'는 양호한 것입니다. 우리반의 어떤 학부모는 자기 아이를 야단쳤다고 전화통에다 대고 '이년, 저년..'하며 '년'자 까지 붙였습니다^o^ 그냥 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다가 한 아이가 '선생님 만나보고 가셔야지요~'라고 하니까 아이만 도로 교실로 들여보내놓고 갔습니다. 어른들이 아이 보다도 생각이 못하네요."
교사의 마음은 전혀 짐작도 못하는 어리석은 학부모
그 수다쟁이 울보 녀석에게는 다른 아이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능력이 한 가지 있다. 요즈음 아이들의 신체균형잡기를 하면서 협동학습의 또 다른 방법으로 교육연극을 수업에 접목하기 위한 구상을 하고, 가끔 틈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표정연기와 온몸으로 하는 연기수업을 시켜보는데 그 울보녀석은 목소리 연기가 일품이다. 그래서 11월 초에 있을 학예발표회가 끝나면 대본을 준비해서 연기에 소질이 있는 몇몇 녀석들과 근사한 드라마를 한 편 제작할 계획을 가졌었다. 손바닥 한 대 때린 것은 다만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제지였을 뿐이고, 나름대로 아이 마다의 가진 소질과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담임의 생각과 마음을 전혀 짐작도 못하고 망나니같이 덤벼드는 아이의 아버지를 보면서 참으로 어이없고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감사와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할 교사의 권위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세상이 무섭다. 교사도 완벽할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면 자라나는 아이도 미숙한 인간임에 틀림이 없다. 어떻게 아이의 행동은 항상 옳고,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사람되라 가르치는 교사의 행위는 모두 비난받아 마땅한가? 또 부모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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