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온글입니다. 선생님들이 읽어보시면 좋은 글인듯 합니다.
선생님들에게 바라는 것
사실, 바라는 거 없다. 그냥 조회종례 일찍 끝내주고, 상담한답시고 붙잡아서 잔소리 줄줄 늘어놓지 않고, 그 정도면 된다. 신경 쓰지도 말고 피곤하게 건드리지 말고, 최대한 편하게 놓아주는 것. 무관심이 약이다. (선생이 애들한테 보이는 관심이란 오직 애들의 성적에 대한 것뿐일 때가 많고, 이런 유의 관심은 대개 ‘깜지 시키기’ ‘야자강요’ 등 차라리 안 받는 게 나은 무시무시한 형태로 나타난다-_-) 반애들한테 무관심한 담임을 만나야 1년을 깔끔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자그마치 12년째!) 깨달았다. 사실 바라는 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바라는 게 이루어질 확률이 거의 제로인지라 기대를 안 한다. 선생‘님’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게 학생으로 편하게 사는 법이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다보니, 영어가 인종차별적 발언(“흑인들은 쓰레기를 아무데나 잘 버리고 다녀”)을 하거나 말거나 학주가 아침부터 이마를 툭 툭 쳐대고 욕설을 해가며 교복 마이 대신 후드티를 입고 온 애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말거나, 놀랍지가 않다. 참 웃기게도 이런 게 일상적인 학교풍경이고, 일상적으로 만나는 선생‘님’들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다. “내 인생의 스승님, 존경하는 선생님”, 다 옛일이다. 스승의 날 파티는 해야 하니까 준비하는 형식적인 행사일 뿐이고,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목소리 어디에도 ‘감사함’ 같은 건 담겨있지 않다. 애들 뒷담에 상처 받아 본 교사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해 만난 담임이 반애들과의 소통을 포기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쫌만 담임 입장을 헤아려보면 쟤도 힘들다는 걸 알텐데 애들이 참 이기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음, 그렇다고 반애들을 탓하는 건 아니다. 담임을 포기하게 만든 아이들의 태도는 그들이 가진 이기심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간 학교를 다니며 쌓아온 선생들에 대한 ‘벽’의 문제였으니까. 다른 원인도 많지만, 선생 일반에 대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불신 때문에 무슨 말을 하든 지루해 죽겠다는 눈부터 하고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이 더 우선이었다. 그리고 이 불신의 벽을 쌓은 건, 다름 아닌 선생들 자신이었다.
선생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네 어쩌네 하는 식의 말을 많이 듣는다. 맞는 말이다. 학생들에게 있어 선생‘님’은 더 이상 스승이 아니다. 존경받아 마땅한 은혜로운 사람 따위가 아니라 다달이 돈 받고 시험 문제 푸는 법을 가르치는(+학교 행정 업무) 공무원- 교사일 뿐이다. 다름 아닌 교사들의 수업이, 대학 얘기가 주를 이루는 인생충고가, 그들을 그렇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교사로도 충분하다면, 그리 살면 될 일이다. 어차피 학생들도 스승을 기대하지 않으니, 대충 진도 빼는 걸로 하루하루를 나도 욕 할 사람 별로 없다. 그게 싫다면, ‘사람을 가르친다’라는 자신의 일에 제대로 책임지고 싶다면, 이루어질 확률이 거의 제로인지라 말하지 않으려 했던 ‘선생‘님’들에게 바라는 것들‘ 에 관한 얘길 들었으면 싶다.
난 당신들이 자신을 부르는 선생‘님’소리를 거북하게 여기길 바란다. 선생님에서 ‘님’을 고마 콱 빼버리고 싶다. ‘님’자가 상징하는 것은 교사들이 갖는 관습적인 권위다. 관습, 예전부터 그래서 모두들 당연시 하는 것 안에는 성찰이 없다. 신입교사가 학생에게 '감히' 라는 거북한 말을 쓰면서까지 자신의 권위를 무시 받은 것에 히스테릭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고, 선생 감투가 대체 뭐길래 저딴 위계의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갖게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한테 ‘감히’라는 말을 쓰는 그 마음에 강자의 폭력성이 있는 거고, 그 신입교사의 맘속에 ‘감히’를 심어준 사회의 “선생‘님’=무조건 존경해야“ 왈왈은 선생이 갖는 권위를 정당화하고 결과적으로 폭력을 생산했다. 선생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을지 몰라도(존경받는 스승님 이미지는 추락했을지 몰라도), 선생이 학생들에게 갖는 권력은 여전하다. 선생들이 이 권력(‘님’소리를)을 포기하지 않는 한, 님들하는 영원한 꼰대다-_-. 한 쪽이 ‘가르친다‘라는 위치로 인해서든 더 많은 나이라는 연령에 인해서든 다른 쪽보다 우위에 서게 되면, 필연적으로 둘은 위계적인 관계를 맺고 되고 이는 한 쪽은 강자 다른 쪽은 약자가 되는 권력관계로 이어진다. 나만 해도, 동생들한텐 뻔뻔스럽게 ”야, 이것 좀 해” 심부름시키면서 언니로써의 권력을 휘두르지만 친구들한텐 그리 못 한다. 당연하지, 무슨 욕을 먹으려고-_-; 나보다 아래에 있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와 동등한 선상에 있는 존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선생들의 경우에도 같은 교사들한테 “교과서 좀 몇 반에 갖다놔” 명령조의 심부름, 못 한다. 하지만 학생들에겐? 아주 자연스럽다. 진정한 존중은 동등한 관계를 전제로 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정말로 존중하는 선생, 다시 말해 학생을 정말로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여기는 교사, 나도 많이 못 봤다. 나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요, 이것도 좋긴 한데 의견만 존중하는 것에 그치지말고 그 학생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한 번 되돌아봤음 좋겠다. 내 맘속에서 학생의 위치가 ’어린 제자‘일 뿐이라면, 지금이라도 나와 동등한 인격체인 ’한 인간‘으로 하루빨리 끌어올리길. 진짜 존중은 그때부터 가능해질테니.
추신. ‘불쌍한 우리 아이들 타령’ 좀 그만. 듣는 아이 기분 나쁘다.
청소년들은(아이들은) 동정과 수혜의 대상이 아니다.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다.
-강원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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