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전략연구소 [칼럼] 안내
[칼럼]-세계2위 일본과 세계2위 중국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2010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2008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지 2년 만의 일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부동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추월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금 노골적인 표현은 자제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1978년에는 자본주의가 중국을 구했고, 2008년에는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했다’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엄청난 무역흑자로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가져보지 못했던 3조 달러의 외환 보유고를 자랑하고 있다. 이 차이나 머니가 미국의 금융위기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세계 경제부양을 위한 밑천으로 쓰였다는 자부심이 있을 만 하다.
중국의 놀라운 비상을 보면서도 나는 일본의 저력에 더 감탄할 때가 있다. 일본은 1968년에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1945년 전쟁에 패하여 나라 전체가 철저하게 붕괴 된지 불과 23년 만에 그들은 세계 제2위로 올라섰다. 물론 당시와 현재는 경제 규모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인구가 중국의 10분의 1임을 감안한다면 40년 동안 부동의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경이적이다.
최근 세계2위 일본과 세계2위 중국의 행보에 대해서 비교한 칼럼을 본 적이 있다. 어느 일본 언론인의 말을 빌려 ‘세계 질서를 보는 눈이 전혀 다르다’라고 이 칼럼은 지적하고 있었다. 1968년 세계2위 자리에 등극했을 때 일본은 달러 중심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야심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에 외교와 안보를 의존하고 달러 지배 질서 속에서 번영을 이루겠다는 국가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정반대라고 한다. 달러 지배 체제를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계 질서 재편을 노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중국은 달러 체제 개편을 공식 언급할 뿐더러, 항공 모함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고 우주에서도 미국에 도전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역사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이 대목에서 우리는 아무래도 중국과 일본의 근대사에서 두 나라의 국민성과 미국을 대하는 생각과 태도의 뿌리를 찾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19세기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 가면서 중국과 일본에서는 대대적인 국가 개혁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1840년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던 동양의 거인이 제국 주의의 기치를 든 서구의 침입에 처절하게 무너지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자성론이 중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에서는 1861년에서 1894년까지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자강운동(自强運動), 즉 양무운동(洋務運動)이 일어나고 일본에서는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 시행된다. 서양을 배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같은 생각으로 시작한 이 두 운동은 그러나 내용면에서 완전히 다른 과정을 거치게 되고 또한 그 결과도 판이했다. 중국의 개혁은 유교사상,중화사상에 뿌리를 두고 중화의 시스템과 유교적 질서를 굳건히 지키되 서양의 기술과 과학만 도입하여 중국을 강국으로 키우자는 것, 즉 중체서용(中體西用)을 그 핵심으로 했다. 이에 반해서 일본은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그야말로 ‘환골탈퇴(換骨脫胎)’가 그 목표였다. 모든 동양적 가치를 버리고 서양적 가치를 기본으로 삼는, 자신이 동양인임을 부정하고 서양인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탈아입구(脫亞入歐)’ 즉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가자는 국가 이념이었다. 이 두 개혁은 결국1894년 청일 전쟁에서 맞붙어 중체서용(中體西用)의 중국이 환골탈퇴(換骨脫胎)의 일본에게 완벽하게 패배하게 된다.
요는 중국과 일본의 대(對) 서구관(西歐觀)은 근본적으로 그 궤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끝내 중화사상을 버리지 않았고 문화 정체성을 확고히 유지해 온 반면 일본은 철저히 서양식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도입하면서 서구 열강과 대등한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0년 동안 중국은 서구 열강들에게 찢기고 멍들고 피 흘린 과거의 역사를 갖고 있는 반면, 같은 동양인 일본은 동양적 가치를 모두 버리고 서구적 가치를 받아들여 서구 제국주의와 함께 스스로 정복자,침략자로 변신한 과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면서 과거 세계의 제국으로 군림하던 때의 향수를 느낌과 아울러 더 나아가 동양, 즉 중국 중심으로의 세계 질서의 재편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이에 반해 일본은 친 서구적인 사상에 이미 익숙해 있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양사상이나 자기 중심적인 질서의 재편에 무관심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서양 문화나 서양 사람들에게 묘한 콤플렉스를 느끼며 열광하는 데 반해 적어도 내가 겪은 중국의 젊은이들은 서양 문화를 선호는 하더라도 중화의 자존심을 항상 강조하는 데에서도 드러난다.
세계 제2위의 일본과 세계 제2위의 중국은 이렇게 하여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지금 ‘세계 질서를 보는 눈이 전혀 다르다’라는 지적은 당연히 정확한 지적이고 일본이 친 서구 정책 하에 기존 질서를 활용했던 세계 제2위였다면 중국은 국력이 강해질수록 자기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중화문명의 시스템과 영향력을 강화시켜 나가려고 할 세계 제2위임에 틀림없다. 묘하게도 전(前) 세계 2위와 현(現) 세계 2위 사이에 절묘하게 위치하고 있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함기수 자문위원 / 세계화전략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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