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이야기

이것저것 기울이는 못된 습성

미스터가가멜 2011. 11. 7. 08:35

<수향시, 2011.10.25.>

 

등 산

 

허대영

 

오늘도

산에 오른다.

남들은 정상을 향해

온힘을 다 쏟으며 땀을 흘리고 있는데

나는 아니다.

첫 번째 큰 봉우리를 오르다가 너무 힘이 들어

정상을 쳐다보니 아득하였다.

다시 출발점까지 내려와

오른쪽에 두 번째 봉우리를 오르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봉우리 중턱에서 볼 때에는

두 번째 봉우리는 나지막한 것이 오를 만 하였는데

웬 걸, 오르면 오를수록 가팔라지고

오르내림을 거듭하는 난코스다.

여기도 안 되겠구나 포기하고 내려가

여기는 좀 어떤가 하고 두 산봉우리 중간에 있는

세 번째 봉우리를 오르려는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첫 번째 봉우리를 오를 때 내 뒤에서

힘겨워 하던 그 연약한 아낙이

정상에서‘야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가 보니

저녁 해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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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을 파야 하는데 이짓 저짓하다가

우물도 못 파고

이산 저산 오르다

산 정상에도 못 오르고

그냥 하산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아쉽지만 열심히는 살았다.

구경거리도 많았다.

여기저기

무진장 기웃거렸으니까.

 

허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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