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향시, 2011.10.25.>
등 산
허대영
오늘도
산에 오른다.
남들은 정상을 향해
온힘을 다 쏟으며 땀을 흘리고 있는데
나는 아니다.
첫 번째 큰 봉우리를 오르다가 너무 힘이 들어
정상을 쳐다보니 아득하였다.
다시 출발점까지 내려와
오른쪽에 두 번째 봉우리를 오르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봉우리 중턱에서 볼 때에는
두 번째 봉우리는 나지막한 것이 오를 만 하였는데
웬 걸, 오르면 오를수록 가팔라지고
오르내림을 거듭하는 난코스다.
여기도 안 되겠구나 포기하고 내려가
여기는 좀 어떤가 하고 두 산봉우리 중간에 있는
세 번째 봉우리를 오르려는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첫 번째 봉우리를 오를 때 내 뒤에서
힘겨워 하던 그 연약한 아낙이
정상에서‘야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가 보니
저녁 해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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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을 파야 하는데 이짓 저짓하다가
우물도 못 파고
이산 저산 오르다
산 정상에도 못 오르고
그냥 하산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아쉽지만 열심히는 살았다.
구경거리도 많았다.
여기저기
무진장 기웃거렸으니까.
허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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