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이야기

버스를 타고/허대영

미스터가가멜 2012. 2. 10. 11:24

버스를 타고

 

                         허대영

 

2012.2.9. 09:45

지하철에서는

앞에도 사람

뒤에도 사람

옆에도 사람

차창밖에는 칠흑이다.

그래도

도피처가 딱 한군데 있다

아이패드(i-pad)이다

출발에서부터 도착할 때까지

학생이나 젊은이서부터

웬만한 중년에 이르기까지

액정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버스를 타면 달라야 한다

오가는 산과 강과 계곡과

그리고 작은 폭포와 나뭇잎 까지

놓치면 평생 다시 못 볼 것들로 꽉 차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전자판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애들아 다 왔다.’

하는 소리에 비로소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

그들에게

‘무엇을 타고 감’

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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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졌는데 불편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어릴적 농경사회의 흔적을 어렴푸시 기억하고 있는 60대에게

현대는 어떻게 살아가라고 손짓하고 있는가. 뼈속까지 스며들어 있는 그 아득한 날의 피돌기는 계속되어야 할 터인데....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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